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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고전적 조건화 - 생활 속의 고전적 조건화, 인지적 요인

by 잡잡이 2022. 7. 16.

- 생활 속의 고전적 조건화

실험실에서 이루어지는 고전적 조건화 실험에서는 상당히 단순한 반응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타액 분비, 눈꺼풀 반사, 슬개건 반사(knee jerk), 사지의 신전 반사 등이 주로 연구되는 반응들이다. 그러나 왓슨과 같은 행동주의자들은 모든 행동을 조건화의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이 모두 맞는 것은 아니지만 고전적 조건화의 원리는 앞에서 열거한 단순 반응뿐 아니라 인간과 동물의 행동 가운데 많은 부분에 적용될 수 있고, 실제로 정서 반응의 고전적 조건화에 관한 연구는 많은 연구자에 의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에서는 정서와 건강이라는 문제에 적용될 수 있는 고전적 조건화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1) 공포와 불안

고전적 조건화는 공포와 불안과 같은 정서 반응을 형성하는 데 거대한 영향을 미친다. '공포증'이 이에 대한 좋은 보기인데, 이것은 객관적으로 위험하지 않은 대상이나 상황에 대해서 강한 공포를 느끼는 것을 말한다. 많은 공포는 고전적 조건화의 결과로 형성된 것이다. 예를 들어, 덩치가 크고 무섭게 생긴 개를 보고 놀란 경험이 있는 어린이는 아주 강력하고 일반화된 '개 공포증'을 학습한 것이고, 어떤 개에게도 접근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위험한 실제 상황에서 일어난 고전적 조건화는 장기간 지속되는 '조건 공포'를 일으킬 수 있다. 한 연구에서는 전쟁이 끝난 지 15년 후까지도 그 전쟁에 참여했던 사람이 전쟁 상황을 묘사하는 소리 자극에 대해 극심한 피부 전기 반응(galvanic skin response: GSR)을 보였다고 하였는데, 이 반응은 땀 분비 수준과 관련된 것으로 정서적으로 각성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생리적 반응이다.

고전적 조건화에 의해서 불안이나 더 심각한 심리적 장애가 유발될 수 있는가? 파블로프는 이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는 개를 사용하여 원을 보여 준 후에 음식을 제공하여 침을 분비하도록 하고 타원에 대해서는 침을 분비하지 않도록 하는 변별 훈련을 실시하였다. 훈련이 진행되면서 변별 과제는 점점 어려워졌다. 즉, 타원의 모양을 원에 점점 더 가깝게 하였다. 과제가 어느 정도 어려워졌을 때 개는 실수를 하기 시작하였고, 개의 행동이 기이하게 변화했다. 조용하던 개가 낑낑거리며 짖고, 주변을 서성거렸으며, 근처에 있는 물건을 물어뜯는 등 이전에는 전혀 하지 않던 행동을 한 것이다.

파블로프는 개의 이런 행동을 관찰하고는 신경증 환자가 보여 주는 행동 유형과 유사하다고 생각하고 이를 실험적 신경증(experimental neurosis)이라고 불렀다. 이 실험적 신경증은 동물이 갈등 상황에 처할 때 나타나는 결과인데, 이처럼 동물이 장기간 갈등 상황에 노출되면 수명 또한 짧아진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 인간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은 높다. 인간의 경우 과중한 업무나 내적 갈등에 장기간 시달리거나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신의 건강에 몹시 유해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공포와 불안과 같은 부정적이고 불쾌한 정서만이 아니라 많은 유쾌한 정서 반응도 고전적 조건화를 통해 형성된다. 예컨대, 광고물에서는 고전적 조건화의 장점이 효과적으로 활용된다. 광고업자들은 어떤 상품을 긍정적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무조건 자극과 교묘하게 짝을 짓는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전략은 상품을 매력적인 인물(연예인, 운동선수 또는 저명인사)이나 즐거움을 주는 배경(아름다운 경치, 음악 등)과 결합시켜 보여 주는 것이다. 광고업자들은 이런 연관성 형성에 의해 상품이 좋은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조건 자극이 되기를 바랄 것이다.

2) 생리적 반응

고전적 조건화는 정서 반응과 같은 행동뿐 아니라 생리적 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신체의 면역 기능을 예로 들어 보자. 감염 물질이 신체로 들어오면 면역계(immune system)는 항체(antibody)라는 특수한 단백질을 만들어 감염 요인을 무력화한다. 에이더와 코헨(Ader &Cohen, 1981, 1984)의 연구에서는 고전적 조건화 절차가 항체의 생성을 감소시키는 면역 억압(immunosuppression)을 일으킨다는 것이 밝혀졌다. 전형적인 과정은 다음과 같다.

동물이 특정 맛이 나는 액체를 마실 때 화학적으로 면역 억압을 일으키는 약물을 주사한다. 며칠이 지나 약물에 의한 화학적인 면역 억압 효과가 사라진 후 동물에게 그 특정 맛이 나는 액체를 다시 제공하고, 이 조건 자극에 노출된 동물들의 항체를 측정해 보면 면역 반응의 감소를 관찰할 수 있다.

면역 억압은 고전적 조건화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생리적 반응의 하나일 뿐이다. 연구에 의하면 고전적 조건화는 알레르기 반응(MacQueen et al, 1989)과 엔도르핀 분비(Fanselow & Baackes, 1982)를 유발할 수 있다. 한편, 이와 상반된 효과가 고전적 조건화로 나타날 수 있는데 그것은 약물에 대한 내성 효과다. 코카인과 헤로인 같은 마약류를 반복적으로 복용하면 약물의 효과가 감소한다. 이 상태는 약물에 대한 내성이 일어난 것이다. 약물이나 주사기 또는 주입하는 장소와 같은 단서는 CS로 작용하고 그 약물은 US로 작용하여 처음에는 약물 효과가 있지만, 반복되면 CS에 의한 CR은 약물의 효과를 감소시키는 반응이 나타나는데 이것은 신체의 보정 반응(compensatory response) 때문이다. 즉, 일탈하는 것을 막고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항상성(homeostasis) 기제가 있어 약물에 의한 신체적 반응의 일탈을 저지하고자 CS에 의해 사전에 약물의 효과를 상쇄시키기 위한 약물 효과와 상반되는 반응(CR)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때 약물(US)을 복용하게 되면 사전에 약물 효과 상쇄 반응(CR)에 의해 약물의 효과가 없어지는 것이다. 마약 중독자 중에 평소의 복용량을 먹었더라도 사망하게 되는 일이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약물의 과잉 복용에 의한 것이 아니고 이례적인 상황에서 나타난다. 그 이유는 이례적 상황이 약물 주입에 대한 보정 반응이 사전에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연구들이 보고됨에 따라 관련 전문가들은 건강, 통각 그리고 심리적 요인이 큰 영향을 미치는 질병에 대한 전통적인 이론을 새로운 각도에서 검토하고 있다.



- 인지적 요인

파블로프를 비롯한 여러 연구자는 CS와 US가 시간상으로 근접하여 출현하는 것이 고전적 조건화의 충분한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이들은 자극 간의 관계에 대한 유기체의 인지적 이해는 철저히 무시했다. 그러한 내적 사건들은 관찰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으로 단정 지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의 습득 과정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지연 조건화와 흔적 조건화가 상대적으로 조건 형성에 유리했던 것은 CS가 US를 예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US가 CS에 '수반적'이라고 말하게 된다. 연구자들은 조건화에서 결정적 요인은 유기체가 알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인지적 관점은 고전적 조건화에 새로운 지식을 제공하게 되었다. 레스콜라는 근접성과 수반성을 대비시킨 정교한 연구를 통해 CS가 US의 신뢰성 있는 예언자가 되어야 조건화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US 수반적 조건이나 US 무선적 조건 모두에서 CS인 종소리와 US인 전기 쇼크가 시간상으로 근접한 짝의 수는 동일했다. 만약 시간적 근접성(temporal contiguity)이 조건화에 결정적이라면 이 두 조건에서는 동일한 정도의 조건화를 보여 주어야 했다. 그러나 결과는 상이하게 나타났는데, 수반적 조건에서 무선적 조건보다 공포 조건화가 더 쉽게 나타났다. 이것은 소리가 전기 쇼크를 더 잘 예언해 주는 수반성(contingency)이 조건화에 결정적임을 보여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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