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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스트레스의 정의, 스트레스의 이론 (셀리에, 홈스와 라헤, 라자러스)

by 잡잡이 2022. 7. 15.

1. 스트레스란 무엇인가

현대를 '스트레스의 시대'라고 하거나 '현대인의 바이러스는 스트레스'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는 스트레스가 현대인의 생활 속에 만연해 있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종전에 바이러스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필적하거나 그 이상이라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1차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의 75%에서 90%는 스트레스로 인한 문제로 고생하고 있다고 추산된다.

스트레스라는 용어가 널리 사용되고 많은 연구자가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지만, 스트레스에 대한 정의는 통일되지 않고 다양하다. 스트레스는 흔히 다음의 세 가지 방식으로 정의된다. 첫째는 스트레스를 반응으로 보는 것이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장이 뛰고 혈압이 올라가고 골치가 아프다."라고 말할 때처럼, 스트레스는 생리적 반응으로 정의된다. 둘째는 스트레스를 자극으로 정의하는 방식이다. 목전에 두고 있는 중요한 시험이나 갚아야 할 기일이 도래한 은행 채무, 전쟁이나 자연재해 등의 외적 자극을 스트레스 자극으로 본다. 셋째는 스트레스를 개인과 환경 사이의 부적합한 관계라는 상호 교섭적 관점에서 정의하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는 스트레스를 '자신이 가진 자원에 부담이 되거나 자원을 초과하는 것으로 평가되어 자신의 복지나 안녕이 위협을 받는 상황과 개인 사이의 부적합한 관계와 그 과정'으로 정의한다.

스트레스를 반응으로 보면 무엇이 스트레스이고, 무엇이 스트레스가 아닌가를 그 반응으로부터 결정할 수밖에 없다. 즉, 사후적으로 스트레스를 정의하게 된다. 반면, 스트레스를 자극으로 보면 동일한 자극이라도 개인마다 다르게 지각하고 반응하는 차이를 감안할 수 없다. 즉, 목전의 중요한 시험에 대해서도 어떤 사람은 한번 해 볼 만한 도전으로 생각하는 반면, 다른 사람은 심각한 위협으로 생각하는 개인차를 감안하기 어렵다. 관계적 관점에서 스트레스를 정의할 때는 객관적 자극의 성질로서 스트레스와 개인의 주관적 평가 및 스트레스 반응을 함께 고려해서 과정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자극으로서 스트레스를 정의하는 관점이 사회학에서 지배적이라면, 반응으로서 정의하는 관점은 의학에서 많이 사용하며, 관계적 관점으로서의 스트레스 정의는 심리학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2. 스트레스 이론

스트레스를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스트레스 이론도 달라진다. 스트레스를 반응으로 보는 셀리에의 이론, 스트레스를 자극으로 보는 홈스와 라헤의 이론, 그리고 환경과 개인 사이의 관계적 관점에서 조망하는 라자러스의 이론에 대해 살펴보자.

1) 셀리에 이론

셀리에(Selye)는 1930년대부터 1982년 사망할 때까지 스트레스의 개념 및 신체질환과 스트레스의 관계를 연구하고 그 결과를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였다. 그의 초기 연구는 스트레스를 산출하는 환경조건을 밝히는 데 초점을 두었다. 그러나 1950년대에 들어서 그는 스트레스라는 용어를 유기체의 반응을 지칭하는 데 사용하기 시작했다. 셀리에는 이 둘을 구분해서 스트레스 유발 자극에 대해서는 '스트레스원(stressor)'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스트레스 반응에 대해서는 '스트레스(stress)'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셀리에는 스트레스를 "수많은 스트레스원에 의해 야기되는 일반적인 신체적 적응 반응"이라고 정의하였다. 그는 매우 다양한 이질적인 상황이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킬 수 있지만, 그 반응은 항상 동일한 과정을 거친다고 믿었다. 셀리에는 소의 난소에서 추출한 물질을 쥐에게 주사한 결과, 첫째, 부신피질이 확장되고, 둘째, 갑상선, 췌장, 림프절 및 모든 림프 구조가 수축하고, 셋째, 위와 십이지장 상부의 출혈성 궤양이 나타나는 것을 발견했다. 이 연구에 이어 다양한 종류의 독성 자극(예, 더위, 추위, 전기쇼크, 약물 등)들도 실험동물들에게 위와 유사한 결과를 초래함을 발견하였다. 이런 연구 결과에 기초해서 셀리에는 자극의 종류와 관계없이 스트레스 반응은 비특정적으로 발생한다고 주장하였으며, 이런 반응을 일러서 일반 적응 증후군(General Adaptation Syndrome: GAS)이라 불렀다.

이 일반 적응 증후군은 세 단계로 진행되는데, 그 첫째는 경보 반응 단계(alarm reactionstage)다. 이 단계에서 신체는 교감신경계를 주로 활용해서 긴급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일종의 전시 동원체제를 마련한다. 에피네프린(일명 아드레날린이 급속하게 방출되고 심장박동과 혈압이 증가하며, 호흡이 빨라지고 혈액이 내장 기관에서 골격근으로 몰리며 땀샘이 활성화되고 위장기관의 활동이 감소하는 등, 자신이 가진 힘을 총동원해서 위급상황에 대해 '투쟁하거나 도피하는 반응(fight or flight reaction)'에 해당하는 준비 태세를 갖추게 해 준다.

둘째는 저항단계(resistance stage)다. 이 단계에서는 유기체가 스트레스에 대하여 나름대로 적절한 반응을 보인다. 따라서 신체적으로 특별한 반응 상태를 보이지 않으며 겉으로 보기에는 잘 적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계속적인 신경계와 내분비계의 변화를 야기할 것이며, 이는 질병이나 죽음이라는 대가를 지불하게 한다. 이 단계가 얼마 동안이나 지속될 것인가는 스트레스 유발 자극의 심각성과 유기체의 적응 능력에 달려 있다. 단기적이고 적용 자원을 크게 초과하지 않는 경우는 별문제가 없지만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셋째 단계인 소진 단계로 이행된다.

소진 단계(exhaustion stage)는 적응 에너지의 고갈이 특징이다. 인간이 소유하고 있는 적응 에너지는 무한하지 않기 때문에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결국 적응 에너지의 소진으로 귀결된다. 이 단계에서는 부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된다. 정상적 상황에서의 부교감신경의 활성화는 고갈된 에너지를 회복시켜서 신체를 균형 상태에 이르게 한다. 그러나 소진 단계에서는 앞서 발생한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의 교감신경 활성화를 보상하기 위해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의 부교감신경 활성화가 일어난다. 셀리에는 이런 단계에서 신체의 자원이 새로 보충되지 않거나 추가로 스트레스원이 발생하면 인체는 질병이나 죽음에 이르게 된다고 보았다.

셀리에의 스트레스 이론은 유기체가 스트레스에 어떻게 반응하고, 이런 스트레스 반응이 질병이나 죽음과 어떻게 연관되는가에 대한 세부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스트레스를 과학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길을 열었으며, 스트레스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모았다는 점에서 큰 공헌을 하였다. 그러나 스트레스의 생리학을 배타적으로 강조하고 동물에 대한 연구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인간에게 중요하고도 독특한 스트레스원에 대한 지각이나 해석과 같은 인지적 평가 요인을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 홈스와 라헤 이론

앞서 소개한 셀리에의 이론은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생물학적 연구 결과에 기초하고 있다. 그 결과 인간이 실제로 경험하는 스트레스와는 거리가 있었다. 이러한 제한점을 극복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이 홈스와 라헤(Holmes & Rahe, 1967)의 연구다. 이들은 사회 재적응 평정 척도(Social Readjustment Rating Scale: SRRS)를 개발하여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경험하고 있는 스트레스의 정도를 손쉽게 측정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였다. 이들의 척도에 힘입어 스트레스 연구의 초점은 동물 스트레스 연구에서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생활 스트레스 연구로 바뀌었다.

홈스와 라헤는 스트레스를 인간에게 '재적응 노력을 요구하는 생활의 변화'로 보고, 이를 측정하기 위한 도구를 개발하려 하였다. 그들은 셀리에와 유사하게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재적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너무 많은 생활사건을 경험하게 되면 질병이 유발될 것이라고 가정하였다. 홈스와 라헤는 척도 개발의 첫 단계로 5,000여 명에 이르는 환자들의 병력자료를 분석하여 이들이 질병 전에 경험한 생활사건을 추출하였다. 다음으로 질병과 연관이 되는 43개의 생활사건을 구성하였고, 이를 349명을 대상으로 각각의 생활사건에 필요한 재적응 노력이 어느 정도인가를 평가하도록 하였다. 이때 '결혼'이라는 생활사건에 필요한 재적응 노력의 양을 인위적으로 500이라고 기준 잡았을 때 각 사건의 재적응에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는 점수를 추산하도록 하였다. 이렇게 얻은 평점 점수를 다시 10으로 나누어 최종 재적용 평점 점수를 산출하였다. 

홈스와 라헤는 사회 재적응 평정척도를 사용해서 다양한 참여자를 대상으로 생활 변화 단위의 총합계 점수와 질병 발생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였다. 지난 1년 동안 경험한 생활 변화 단위의 총합 점수가 300점 이상인 경우는 그다음 해에 발병할 확률이 약 80%이지만, 150~299점 사이는 50%, 150 이하인 경우는 30% 정도로 나타났다. 즉, 일정 기간에 생활 스트레스를 많이 경험할수록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짐을 뜻한다. 그러나 이 방면의 연구는 각 생활사건의 의미가 개인마다 상당히 다를 수 있고, 긍정적 방향의 변화 사건은 질병과의 관련성이 적고, 스트레스 척도에 질병 관련 사건들이 이미 포함되어 있어 질병과의 관련성은 인위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3) 라자러스 이론

셀리에의 이론이 생물학적 관점에서 스트레스를 반응으로 보고 있고, 홈스와 라헤의 이론이 사회적 관점에서 자극으로서의 스트레스를 강조하고 있는 데 반해서, 라자러스(Lazarus)의 이론은 스트레스의 자극과 반응을 모두 아우르고 개인의 지각과 평가를 강조하는 심리학적 관점을 강조하고 있다. 라자러스의 관점에서는 스트레스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에 대한 개인의 해석이 더욱 중요하다. 인간은 다른 동물에게는 없는 고등 인지기능이 있고, 생활사건 자체가 스트레스를 일으키기보다는 상황에 대한 인지적 평가가 스트레스를 만든다고 본다.

라자러스와 포크먼(Lazarus & Folkamn, 1984)은 사람들이 상황을 평가할 때 1차 평가(primary appraisal), 2차 평가(secondary appraisal) 그리고 재평가(reappraisal)를 거쳐 간다고 본다. 이때 1차 평가는 더 중요하다는 뜻이 아니라 시간상으로 볼 때 최초라는 의미다. 예를 들어, '시험'이나 '승진'과 같은 생활사건은 자신의 안녕이나 복지의 관점에서 평가된다. 개별 사건들은 나의 복지나 안녕에 '무관한 것' '긍정적인 것' 또는 '스트레스적(부정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스트레스적인 것은 상황의 세부적인 의미에 따라 상해나 상실(harm/loss), 위협(threat) 및 도전(challenge)으로 평가될 수 있다. 상해나 상실은 질병이나 사고와 같이 이미 발생해 버린 상황이라는 평가에서 위협은 장차 있을 수 있는 위험에 대한 평가에서, 도전은 자신이 하기에 따라서는 위험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결과도 초래될 수 있다고 판단하는 데서 유래한다.

2차 평가는 스트레스적으로 평가된 상황에 대하여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대체자원과 관련된다. 1차 평가가 특정 상황이나 사건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에 대한 것이라면, 2차 평가는 '내가 이 상황이나 사건에 대하여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2차 평가에서는 흔히 세 가지 질문을 하게 된다. '내가 이용할 수 있는 대처 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내가 이런 대처안을 성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그것이 스트레스를 경감시켜 줄 확률은 어느 정도인가?'의 질문이 그것이다. 1차 평가에서 스트레스적으로 평가된 사건들은 2차 평가과정을 통해 그 강도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1차 평가에서는 입사를 위해 앞둔 면접시험이 매우 위협적인 사건으로 평가되었으나, 그 시험에 대해 자신이 지니고 있는 대체자원과 그 결과를 예측해 볼 때 위협 평가 정도는 줄어들고 도전 평가가 더 지배적으로 될 수도 있다.

재평가란 새로운 정보가 입수되어 평가가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실직한 사람이 입사지원서를 작성하고 면접을 받는 자신의 기술이 종전에 생각하던 것보다 높다거나 눈높이를 조금만 낮추면 재취업 시장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새로운 정보를 입수하게 되면 스트레스 평가는 상당 부분 줄어들 수 있다. 물론 재평가가 스트레스를 늘 감소시키는 것은 아니고 증가시킬 수도 있다. 종전에는 긍정적으로 평가되던 상황이 변하거나 다르게 보이기 시작하면 위협적이거나 도전적인 양상으로 다가올 수 있다.

라자러스의 이론에서 중요한 또 다른 성분은 대처(coping)다. 대처는 "자신의 자원에 부담을 주거나 자원을 압도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상황의 요구를 처리하려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인지적 • 행동적인 노력"으로 정의된다. 라자러스는 사람들은 삶을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스트레스를 겪을 수밖에 없고, 스트레스 자체보다 그 스트레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대처의 효과가 어떠한가가 건강에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본다.

대처를 얼마나 잘하는가는 대체자원과 이의 효과적 활용에 달려 있다. 라자러스와 포크먼은 의미 있는 대체자원으로 다음과 같은 것을 들고 있다.

• 건강과 에너지: 건강하고 힘이 넘치는 사람은 아프고 약한 사람보다 외적 및 내적 스트레스 요구를 더 잘 관리할 수 있다.

• 긍정적 신념: 자신이 바라는 결과를 성공적으로 성취할 수 있다는 믿음이 강할수록 대처 능력이 증진된다.

• 문제 해결 기술: 당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기술이 있으면 더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 사회적 기술: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협조하게 만드는 사회적 기술이 있는 경우 스트레스를 보다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으며, 스트레스의 극복에 힘을 주는 사회적 지원(social support)을 끌어낼 수 있다.

• 물질적 자원: 자동차가 고장 났을 경우 수리에 드는 비용을 댈 수 있는 충분한 돈이 있다면 그 스트레스를 쉽게 극복할 것이다.

라자러스의 이론은 스트레스원과 스트레스 반응 사이를 인지적 평가가 어떻게 매개하고 대처가 스트레스의 효과를 어떻게 매개하는지를 조망할 수 있게 해 주어서, 자극이나 반응으로만 스트레스를 다루었던 종전의 관점을 넘어서서 스트레스의 역동적이고 변화하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틀을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인간의 핵심적 특징인 인지기능과 현상적 해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강점을 지닌 이론이라 하겠다. 그러나 라자러스의 이론은 2차 평가와 대처의 개념이 서로 섞이고 스트레스원의 객관적 측면의 중요성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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