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심리학

언어와 사고 - '언어 구조'

by 잡잡이 2022. 7. 14.

어떤 사람이 나에게 "지하철역이 어디에 있나요?"라고 길을 물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나는 "이쪽으로 약 200미터 가시면 됩니다."라고 대답하였을 것이다. 두 문장은 모두 언어로 표현되었다. 두 문장이 표현되기 위해서는 언어에 대한 지식이 기억에 저장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면 두 문장의 반응에 대한 기술이 다 되었다고 볼 수 있는가? 만약 전철역이라고 한다면 어떻게 대답하였을까? 지하철과 전철은 유사한 의미를 지닌 단어임을 알아야 하며, 현재 위치에서 역까지의 거리는 또한 어떻게 계산할 수 있었는가? 그 거리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기억에서 심상과 지식을 동원하여 적절한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를 계산하는 어떤 과정이 수행되어야 한다.

언어는 인간이 필요에 의해서 만든 도구다. 인지의 내용을 언어라는 상징의 형태로 표현하게 함으로써 자신의 생각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거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전달받을 수 있게 된다. 언어가 진화하면서 다른 인지과정과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되었다. 이 과정의 하나가 사고다. 사고는 기억의 언어나 심상을 사용하여 환경의 정보에 대한 의미를 체계화하고, 논리적으로 사유하며, 판단이나 결정을 하는 문제 해결 과정을 수행하게 된다. 이 장에서는 언어와 관련하여 이해와 산출의 과정, 언어와 사고의 관계, 언어의 습득과 사용에 관하여 논의할 것이며, 사고 영역에서는 개념과 범주, 추리, 판단과 결정 그리고 문제 해결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 그리고 언어가 사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통해서 언어와 사고의 관계를 논의할 것이다. 



언어: 구조와 과정

인간에게 언어가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기능은 자신의 생각이나 의도를 타인에게 전달하고, 전달받는 의사소통 기능일 것이며, 자신이나 타인의 생각이나 의도를 언어의 형태로 표상하는 기능일 것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언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소통의 어려움을 느끼지 못한다. 더욱이 문법 규칙을 외현적으로 설명하는 행위는 매우 어렵지만 언어의 미묘한 차이는 매우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언어는 태어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습득되어 간다. 울음을 통해 언어를 준비하고 옹알이를 통해 발성을 시작하고, 생후 6개월이 되면 '마' '맘' 등의 말소리 언어가 나타나서 1년이 지나면 '엄마' '가가' 등의 단어가 표현되며, 2년 이후에는 '엄마 밥 줘'의 문장을 사용하게 된다. 생후 3~4년을 넘어서면 정상적인 문장의 표현이 가능해진다. 언어 습득과정에서 나타나는 흥미로운 현상은 언어 습득이 일정한 단계를 거쳐서 일어난다는 점이다. 옹알이-단어-단어 조합 - 문장의 순으로 언어가 습득된다는 것이다. 언어 습득이 경험적인지 본능적인지 아니면 사회적인지, 인지적인지의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분명한 사실은 언어가 체계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언어 구조

언어의 구조는 일반적으로 언어학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주제다. 즉, 언어가 지니고 있는 구조 혹은 체계는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언어는 문법에 의해서 구성된 규칙 체계를 지니고 있다. 문법은 위계적으로 구성된 체계인데, 여기에는 음운 및 철자, 통사, 의미의 세 수준이 있다. 음운과 철자는 감각 양상에 따라 그 체계의 적용이 다르다. 청각 언어에서는 음운 구조가 적용되며 시각 언어에서는 철자 구조가 적용된다. 두 구조는 모두 단어 혹은 어휘를 구성하는 하위 요소가 된다. 단어들이 어떤 규칙에 따라 제시되면 문장이 된다. 문장은 통사 규칙에 근거하여 분석되고 해석된다. 단어나 문장은 모두 세상을 지칭하는 의미를 표상하게 한다. 이러한 언어의 구조를 설명하기 위해서 언어학에는 음운론, 통사론, 의미론의 세 영역이 형성되었다.

1) 음운과 철자

언어가 청각적 혹은 시각적으로 소통되기 위해서 구성된 문법 규칙이 음운과 철자 체계다. 청각 언어의 경우, 말소리의 가장 작은 단위는 음소(phoneme)다. 이 음소는 자음과 모음으로 구분되며, 자음과 모음의 수는 언어에 따라 차이가 있다. 인간이 언어의 형태로 발성할 수 있는 음운(음소의 소리 표상)의 수는 100여 개 정도지만 실제 언어에 사용되는 음운의 수는 그보다 적다고 알려져 있다. 국어는 24개의 기본 자모로 구성되었는데, 이 중 자음은 14개이고 모음은 10개다. 발음이 가능한 음운은 자음 19개(5개 이중 자음)와 모음 21개(10개 단모음과 11개 이중모음)로 모두 40개의 음운으로 구성된다. 유사하게 영어는 자모 수가 28개이며, 음운 수도 약 40개로 구성된다. 이들 자모 조합되면 음절(syllable)이 되며(예, '해' '요' 'ba' ca'), 이들 음절이 조합되면 형태소(morpheme)가 된다(예, '해변' '요일' 'bat' 'car'). 언어학에서는 형태소를 언어의 의미가 나타나는 가장 작은 단위로 취급한다.

2) 문장 구조

통사(syntax)는 문장의 단어들이 계열적으로 입력되면 각 단어의 품사, 즉 문법 범주를 파악하고, 파악된 범주의 단어를 분석하는 언어 규칙을 의미한다. 통사의 규칙들이 나열된 단어에 적용되면 문장의 의미적 해석이 가능해진다. 촘스키(Chomsky)는 언어의 문법 이론을 제안하면서, 언어는 다양하지만 언어에 내포된 문법인 통사 체계는 동일하다고 주장하였다. 즉, 언어의 보편적 문법 체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촘스키의 언어 이론은 행동주의적 관점에 대한 경험주의적 접근을 비판하였고, 언어는 본능적이며 마음에 내재화되어 있다는 주장을 함의하고 있다(Pinker, 1994). 예를 들어, ‘The patio resembles a junkyard’라는 문장이 입력되면 통사 규칙을 적용하여 문장을 분해하는 과정이 일어난다. 문장의 분해 과정은 통사 규칙을 순환적으로 적용하여 문장의 단위들이 더 이상 분해될 수 없는 수준까지 분해하는 방식으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동일한 규칙이 반복적으로 적용되는데, 이 규칙을 다시 쓰기 규칙(rewrite rules)이라고 하였다. 통사 규칙을 적용하여 최종 단위에 단어를 삽입하면 나무 구조(tree diagram)의 표상이 구성된다. 이 표상이 문장의 통사 처리를 거친 출력이 된다. 유사하게 문장의 통사 처리는 상위의 문장(s)을 다음 수준의 통사 단위(NP + VP), 다음 수준의 하위 단위(D+N)로 분석한다. 문장을 더 이상 분해할 수 없게 되면 하위 단위에 단어가 삽입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촘스키의 문법 이론은 심리학에 많은 영향을 주었으며, 인지심리학의 초기 언어연구는 촘스키의 문법 이론의 심리적 실제를 찾으려는 연구가 대부분이었다. 그렇지만 많은 연구자는 촘스키 이론이 심적 과정을 설명하는 데는 적절하지 못하다고 비판하였다. 그리고 영어는 문장의 단어들이 나열된 순서가 통사 의미적 규칙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지만 국어는 조사가 통사적 단서를 제공하기 때문에 단어의 나열 순서의 효과는 영어에 비해서 미약하다. 이는 국어와 영어의 언어 구조 차이가 문장 처리와 어휘 처리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다. 언어의 보편적 문법에 대한 촘스키의 주장에도 의문이 제기되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