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심리의 확장 : 청소년기와 성인 발달의 인식
1. 청소년기의 심리적 특성
청소년기(adolescence)라는 용어는 라틴어의 '성인으로 자라는'에 어원을 두고 있다. 즉, 이 시기는 아동 상태에서 성인으로 옮겨 가는 과도기이며, 사춘기의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시기에서 스스로 성인의 역할을 할 수 있을 때까지다. 이 시기에는 자신이 누구며,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사고를 형성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회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만드는 시기이기도 하다. 즉, 가족에 의존하던 상태에서 점점 자립 상태로 바뀔 뿐 아니라 성장 과정에 수반하는 많은 심리적 변화가 있는 시기다.
1) 과도기적 심리 전환
청소년기의 의미는 현대사회에서 더 크게 부각된다. 농경이나 유목 활동이 중심적으로 이루어졌던 전통사회에서 사람들은 일찍부터 경제활동에 참여하거나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였다. 여자의 경우 10세 후반에 이미 결혼하였으며, 남자의 경우에도 충분히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성인으로 취급받았다. 그러나 19세기 중엽 이후 학교 교육이 시작되자 이런 양상은 역전되었다. 경제활동에 참가하기 위해 집을 떠나거나 일찍 결혼하는 대신에 십 대 후반까지 학교에 다니는 젊은이가 점점 늘어났다. 이것은 복잡한 기술사회의 구성원에게 요구되는 기술 습득을 가능하게 했으나, 사회적 그리고 경제적 독립과 성인 사회에의 입문 시기를 늦추었다.
과도기가 언제 그리고 어떻게 끝나는가는 문화적 전통이 큰 구실을 한다. 많은 사회가 성인기의 입문을 의미하는 입문 의식(initiation rite)을 갖고 있다. 인류학자의 주장에 따르면, 입문 의식은 남녀의 역할뿐만 아니라 아동과 성인의 역할 구분이 극단적인 문화에서 특히 심하다. 우리 문화에서 완전한 성인기로의 전환은 훨씬 더 점증적이며, 그 징표는 생물학적 변화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교육 및 지원과도 연관된다.
2) 개인 정체성의 발견
청소년기는 자기 스스로 하나의 자율적인 개인이 되기 위해서 준비해야 하는 만큼 많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날 수 있게 된 새가 독립하여 혼자의 삶을 영위하는 것과는 달리, 우리 사회의 청소년은 날 수 있게 된 다음에도 적어도 주민등록증을 가지게 된 이후라고 할 수도 있지만) 아주 오랫동안 보금자리에 남아 있다. 부모의 세계와 다른 어떤 요소를 청소년들이 확립하려 하는 것은 그들이 계속 보금자리에 남아 있어야 하기 때문에 더 절실한 것 같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많은 청소년은 각 시기에 유행하는 모든 종류의 외부 장식을 받아들인다.
에릭슨에 따르면, 성인에게서 분리되려는 것은 청소년들이 진실로 성취하려는 바의 한 가지 표현일 뿐이다. 이 시기를 통해 청소년들이 주요 목표로 삼는 것은 자신이 진정 어떤 존재인가를 알려는, 즉 그들 나름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것이다. 그래서 에릭슨은 이 시기를 정체감 위기(identity crisis)의 시기라 부른다. 현대의 복잡한 문화에는 많은 사회적 역할이 있고, 따라서 청소년기는 어느 역할(무슨 직업, 무슨 이념, 어떤 집단)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지를 알려고 실험해 보는 시기인 것이다. 이 시기의 일차적인 물음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것이며, 그 답을 얻기 위하여 청소년들은 여러 입장을 취한다. 때로는 남을 위하여 어떤 입장을 취하기도 하는데, 그 타인은 자신을 볼 수 있도록 거울 역할을 한다.
청소년의 경우 타인의 모습이 자신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하면, 그것을 모방하면서 자신의 모습으로 취하기도 한다. 따라서 스스로에 대한 모습을 어느 정도 형성하면서 정체감을 성취한다. 그러나 이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이에 대해서는 에릭슨의 성격 발달이론에 대한 설명에서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이 단계에서 생기는 위험은 역할 혼미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기 위해서 그들은 자기 패거리 혹은 대중의 영웅과 일시적으로 과잉 동일시를 하여 마치 정체감이 상실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단계는 사랑에 빠지는 단계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단계의 사랑에서는 성적인 것만이 전적으로 문제가 되는 일은 결코 없으며, 성적인 것이 가장 중요시되는 경우조차도 없다. 대개 청소년기의 사랑은 모호한 자아상을 다른 한 사람에게 투사하고 그 상이 반영되어 점차 분명해지는 것을 봄으로써 자신의 정체감 정의에 도달하려는 시도다. 그렇게 많은 젊은 연인의 연애 행위가 주로 대화인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Erikson, 1963: 262).
2. 성인기의 발달적 변화
복잡계(complex system)로서의 인간 발달
오늘날 대부분의 심리학자는 인간 발달이 일생을 통하여 진행된다는 견해를 받아들이고 있다. 즉, 인간 발달은 전 생애를 포괄하여 생명의 시작에서부터 죽음까지 계속된다는 것이다. 종전에는 발달이라는 용어가 좁은 의미로 사용되어 수태에서 청년기에 이르는 상승적 변화만을 의미하였으나 근래에는 보다 넓은 의미로 사용되어 청년기 이후 노년기에 이르기까지의 하강적 변화까지도 포함한다.
일생을 통하여 발달이 이루어진다는 전 생애 접근법은 우리에게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 준다. 인간 발달의 각 단계는 이전 단계에 의해 영향을 받고,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단계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각 발달단계는 나름대로 독특한 가치와 특성을 지닌다. 인생에서 어느 단계도 다른 단계보다 더 중요하거나 덜 중요하지 않다.
인간 발달의 전통적 접근법에 의하면 출생 후 청년기까지는 극심한 변화를 겪고, 성인기에는 안정되고, 노년기에는 감소한다(Baltes, 1973; Baltes, Reese, & Lipsitt, 1980). 전통적 접근법에서는 유아기와 아동기를 강조하고, 성년기와 중년기에는 변화가 거의 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반면, 전 생애 접근법에서는 유아기의 중요성을 여전히 인식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성인기 전반의 변화 또한 중요하다고 본다. 전 생애 발달의 개념과 그에 관한 연구에 몰두한 전 생애 발달심리학자인 볼츠(Baltes, 1987)는 전 생애 접근법의 몇 가지 주요한 특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1) 다중방향성(multidirectionality)
전통적 접근법에서 발달적 변화란 태아, 유아, 아동, 청소년에게서 나타나는 행동과 심리적 특성을 발견하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좀 더 '성숙한 형태의 변화만이 발달로 생각되었다. 심리적 구조의 성장, 기능의 향상, 환경에 대한 적응력의 증가 등으로 표현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성인이 되면 더 이상의 발달이 지는 것이 아니라 노화되는 여겼다. 이 관점에서는 발달의 목표는 성숙이며, 노화의 목표는 죽음이라고 가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발달심리는 1970년대와 1980년대 이후, 단일 방향과 목표를 향한 인간 발달이 아닌 전 생애 접근법을 택하기 시작하였다. 모든 연령 단계에서의 발달을 고려할 뿐 아니라 발달은 성장과 함께 감소도 포함하는 '적응을 위한 다양한 변화'라는 개념을 받아들인 것이다.
인간 발달이 성년기까지는 성장하고 중년기 동안에는 안정적이다가 노년기에 감소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아동의 경우 대부분 성장하는 방향으로 발달이 진행되지만 감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성인기에도 발달의 방향은 점차 감소의 방향으로 나타나지만, 많은 인지와 사회적 변화에는 증가하는 특성도 있다. 예를 들어, 익숙하지 않은 문제 해결 능력 등은 감소하지만 어휘력과 같은 능력은 계속 중대한다. 그리고 지혜와 같은 새로운 특성이 나타나기도 한다.
인간 발달의 어떤 단계에서도 성장과 감소는 있다. 더군다나 같은 연령대에서도 개인차가 있다. 예를 들어, 한 노인은 점점 해박한 지식을 갖게 되는 데 반해 또 다른 노인은 나날이 건망증이 심해진다. 사실 연령이 증가하면서 개인차는 점점 더 심해진다(Morse, 1993). 우리는 7세 아동보다 70세 된 노인 간에 더 많은 개인차를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다중 방향성을 고려하지 않고 성인기 발달을 일률적인 성장 또는 쇠퇴의 도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성인기 발달뿐만 아니라 인간 발달의 특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2) 가소성(plasticity)
발달론자들은 오랫동안 빈곤이나 질병, 영양실조와 같은 결핍 상태에 의해 아동의 발달이 손상을 입는다 하더라도 그 후 환경이 개선되면 아동 발달이 최적 상태로 전환될 수 있다는 사실을 주장해 왔다. 이와 같은 가소성은 성인기에도 계속된다. 노년기에도 여러 가지 기술이 훈련과 연습을 통해 크게 향상될 수 있는데, 이것이 가소성이다. 가소성이란 인간이 가진 행동과 심리적 특성에서의 '변화 가능성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지적 능력을 상실한 노인도 특별한 훈련과 연습을 통해 그러한 능력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다(Baltes, Smith, & Staudinger, 1992). 이런 가소성이 있기에, 인간의 적응 능력은 콘크리트 구조물처럼 굳어지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변화를 위한 잠재력이 항상 무한한 것은 아니다. 변화의 가능성과 변화의 한계 사이에서 인간 발달은 이 두 가지 모두의 속성을 끊임없이 보여 주고 있다.
(3) 역사적 · 사회적 맥락(historical and social context)
발달과정에서 인간은 역사적 사회적 환경과 영향을 주고받는다. 즉, 인간은 환경과 반응할 뿐만 아니라 상호작용하고 변화시키기도 한다. 오늘날 인간의 발달은 과거와 다를 뿐만 아니라 당대에도 사회적 변화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즉, 전쟁과 같은 역사적 사건, 컴퓨터의 발명과 같은 과학 기술의 획기적인 발견, 여성해방운동과 같은 사회운동 등의 사회적 변화에 의해 인간 발달은 영향을 받는다.
엘더(Elder, 1994)는 1930년대의 대공황이 아동 발달에 미친 영향에 관한 연구에서 이 점을 생생하게 보여 주었다. 이때의 경제 위기는 어떤 아동들-특히 일자리를 잃은 아버지에게 일관성 없는 자녀 훈육을 받거나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한 아동들의 경우에게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이 아동들은(특히 남자아이의 경우) 사춘기가 되었을 때 여러 가지 문제행동을 나타냈고, 성취동기가 부족하였으며, 학업성적이 떨어지고, 성인이 되었을 때 변변한 직업이 없고 결혼생활도 안정되지 못했다. 확실히 우리는 우리가 사는 시대의 사회적 변화와 역사적 사건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21세기에는 가족구조의 변화, 남성과 여성의 역할 변화, 생명공학의 혁신으로 인해 20세기의 인간 발달과는 그 양상이 크게 다를 것이다.
(4) 다학제적 접근(multidisciplinary partnership)
인간 발달은 세포의 생화학적 변화로부터 사회의 역사적 변화에 이르기까지 많은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어떤 특정 학문이 인간 발달을 완벽하게 설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간 발달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각기 시각이 다른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 간의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것은 초기 발달심리학 연구가 아동교육과 아동복지를 위해 형성된 것과 마찬가지로 21세기 발달심리의 연구는 '과학'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입과 더불어 유기체의 정신 능력의 변화, 이상행동의 출현, 사회문화와 세대 집단의 형성, 다양한 매체의 활용 등과 관련된 생물학, 정신의학, 공학 집단 모두가 서로 이해하고 협력해야 하는 복잡한 연구주제를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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