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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행동에 대한 화학적 조절 - 신경전달물질, 내분비계

by 잡잡이 2022. 7. 12.

우리의 신체는 수많은 종류의 화학물질들을 합성 · 분해하는 거대한 화학공장이며, 이러한 다양한 화학물질이 유기체의 내부에서, 그리고 유기체 간의 정보전달에 영향을 준다. 이들 화학물질-신경전달물질, 신경 조절 물질, 호르몬, 페로몬은 세포나 기관 또는 개체의 행동을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 신경전달물질은 개개의 시냅스에서의 정보전달에 관여하며, 신경 조절 물질은 더 멀리, 더 넓게 퍼져나가 특정 뇌 부위에 있는 많은 뉴런의 활동을 조절한다. 호르몬은 내분비선이라는 특수한 기관의 분비세포에서 생산 · 방출되어 혈액을 통해 신체 각 부위로 퍼져나가 수용기가 있는 표적세포에 작용하여 신체의 생리적·행동적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페로몬은 땀이나 소변과 같이 신체 외부로 방출되는 분비물로서 다른 개체의 후각 수용기를 자극하며, 그 결과 다른 동물의 생리적 과정이나 행동에 영향을 준다. 이 절에서는 특히 인간의 신경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신경전달물질의 종류와 행동적 기능, 그리고 각종 호르몬의 작용 등을 다룰 것이다.



1. 신경전달물질

신경계가 처리하는 정보의 본질은 전기신호다. 그러나 이러한 전기적 신호의 전달은 화학물질들에 의해 매개된다. 앞서 시냅스 전달에서 보았듯이 신경 충동이 색 종말에 도달하면, 축색 종말에서 신경전달물질이 방출된다. 이 전달물질은 시냅스 후 세포의 막에 있는 특수한 단백질 분자인 수용기와 결합하게 되며, 그 결과 시냅스 후 세포의 막전위가 변화하게 된다.

1) 아세틸콜린

아세틸콜린(acetylcholine: Ach)은 운동신경과 골격근 사이의 시냅스, 자율신경계의 신경절, 부교감신경과 표적기관 사이의 시냅스 등 말초신경계뿐만 아니라 뇌의 여러 영역에서 신경전달물질로 사용되고 있다. 아세틸콜린은 말초신경계에서 골격근과 내장근육의 운동을 조절하며, 뇌에서는 학습 및 기억 과정 그리고 수면 동안 꿈을 꾸는 단계를 통제하는 작용을 한다. 특히 최근에 신경과학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관심을 끌고 있는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바로 뇌의 아세틸 콜린성 뉴런이 점차 죽어 가는 진행성 신경학적 질환이다. 과학자들은 이 질환이 해마와 대뇌피질로 투사되는 아세틸 콜린성 뉴런이 변성되면서 뇌의 아세틸콜린이 고갈되기 때문에 일어난다고 본다. 실제로 이 병에 걸린 환자들의 뇌에는 아세틸콜린의 양이 현저히 적으며, 그들의 뇌 MRI 사진에서 해마와 대뇌피질이 위축되고 변형되어 있음을 관찰할 수 있다. 그리고 정상인에게도 아세틸콜린의 작용을 차단하는 약물을 투여하면 최근의 기억만 선택적으로 상실되는데, 이는 알츠하이머병 초기에 나타나는 증상과 같다.

2) 모노아민

모노아민은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에피네프린, 세로토닌이라는 네 가지 화학물질을 통칭하는 것이다. 시상하부와 중뇌에 있는 많은 뉴런이 도파민(dopamine: DA)을 신경전달물질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중뇌의 도파민성 뉴런들의 역할이 운동 및 정신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중뇌의 흑질에서 기저핵으로 가는 도파민성 뉴런은 운동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운동장애가 주 증상인 파킨슨병은 이 뉴런들이 변성되는 질환이다. 이 환자들에게 도파민의 화학적 선구물질인 L-도파를 투여하면 증상이 상당히 호전된다.

한편, 중뇌의 복측피개 영역에서 대뇌피질과 변연계로 투사하는 도파민성 뉴런들은 보상이나 즐거움과 같은 경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배고픈 동물이 먹이를 먹거나 코카인과 암페타민과 같은 중추 흥분제를 주입하면 이 회로의 도파민성 뉴런들이 활성화된다. 또한 사고장애, 망상, 환각과 같은 조현병의 양성증상도 이 회로와 관련이 있다. 정신 분열 중의 치료제인 클로르프로마진은 도파민성 뉴런의 활동을 억제함으로써 양성 중상을 완화하며, 도파민성 뉴런의 활동을 증가시키는 약물들은 양성증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상적인 행동이 위축되거나 정서 반응이 단조롭고 사회적 철수와 같은 정신 분열 중의 음성증상과 인지적 결함은 중뇌피질계 도파민성 회로, 특히 전두피질의 도파민성 뉴런의 활성화가 정상적인 수준보다 낮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르에피네프린 (norepinephrine: NE)은 말초신경계와 중추신경계 모두에서 발견된다. 말초신경계의 노르에피네프린은 교감신경의 신경전달물질로 사용된다. 뇌의 노르에피네프린성 회로는 경계나 각성, 수면, 기분상태 등을 조절하는 데 관여한다. 뇌의 노르에피네프린성 회로의 활동이 정상적인 수준보다 떨어지면 우울 상태가 나타나며, 심하면 정서장애로 우울증이 된다.

세로토닌(serotonin)은 수면과 기분 조절에 관여한다. 뇌의 세로토닌을 고갈시키는 약물을 주입하면 불면증이 나타나며, 세로토닌성 회로나 노르에피네프린성 회로의 활동을 증가시키는 약물은 우울증을 치료하는 데 효과적이다.

3) 아미노산

아미노산(amino acid)은 신체조직 전반에서 정상적인 대사 과정의 산물로 생성되는 물질로서, 그중 몇 가지가 중추신경계에서 신경전달물질로 사용된다.

글루탐산(glutamic acid)은 대표적인 흥분성 전달물질이다. 뇌에는 여러 가지 형태의 글루탐산 수용기가 있는데, 그중 NMDA 수용기는 특별한 성질을 지니기 때문에 발달과 학습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감마아미노낙산(gamma-aminobutyric acid: GABA)은 대표적인 억제성 전달물질로서 뇌와 척수에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으며, 운동 조절이나 불안, 발작 등과 관련이 있다. 유전성 질환의 하나로서 불수의적 운동과 우울, 진행성 정신 피폐 등이 주 증상인 헌팅턴 무도병은 기저핵에 있는 GABA 뉴런의 변성에 기인한다. 한편, 뇌는 전체적으로 흥분성 활동과 억제성 활동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억제성 회로인 GABA 체계의 억제성 활동이 비정상적으로 감소하면 이 균형이 깨어지면서 뇌의 흥분성 활동이 지나치게 많아지고 급기야는 뇌 전체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과잉 흥분을 하게 되며, 이것이 행동적으로 발작을 일으킨다. 반면에 GABA 회로의 활동을 증가시키는 바람과 같은 약물은 불안을 감소시킨다.

4) 펩타이드

펩타이드(peptide)는 아미노산의 사슬이다. 다양한 종류의 펩타이드가 뉴런에서 방출되는데, 이들 중 일부는 전달물질로 작용하고, 다른 일부는 신경 조절 물질로 작용한다. 가장 잘 알려진 신경 펩타이드는 내인성 아편제 물질들(endogenous opiates, 또는 통칭하여 엔도르핀)로서, 뇌와 척수에서 자체 생산되는 모르핀과 유사한 물질들이다. 엔도르핀의 기능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통증을 감소시키고 대응 행동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한편, 모르핀과 같은 아편제는 통증 감소 효과뿐만 아니라 강렬한 쾌감을 일으키는데, 엔도르핀도 역시 같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어, 마라톤과 같은 운동은 엔도르핀이 방출될 정도의 충분한 스트레스이기 때문에 마라톤을 하면 엔도르핀의 분비가 증가하여 통증이 감소하고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이 외에도 어떤 펩타이드는 종 특유의 방어 행동을 조절하며, 또 다른 펩타이드는 먹고 마시는 행동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2. 내분비계

내분비계(endocrine system)란 신경계 이외에 우리 신체에 있는 두 번째 정보전달 시스템으로서 신경계와 연결되어 있다. 내분비계의 분비세포는 호르몬이라는 화학물질을 분비한다. 호르몬은 혈류를 따라 전신을 순환하면서 특정 호르몬과 결합할 수 있는 수용기가 존재하는 표적세포에 작용하여 특정한 기능을 수행한다. 

내분비계와 신경계는 상호 보완적인 정보전달 시스템으로, 모두 다른 곳에 있는 수용기를 활성화하는 물질을 분비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하지만 신경계는 감각기관에 들어온 정보를 수분의 1초 이내에 뇌로 전달하지만, 내분비계의 정보전달 속도는 매우 느리다. 신경계의 정보전달을 이메일에 비유한다면, 내분비계의 정보전달은 일반 우편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내분비계의 메시지는 신경 메시지보다 더 오랫동안 지속되기 때문에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다.

내분비계 호르몬은 신체의 내적 상태를 균형 있게 유지해 줌으로써 우리의 성장, 생식, 신진대사, 기분 등의 여러 측면에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우리가 위험에 처했을 때 자율신경계는 부신에서 에피네프린과 노르에피네프린을 분비하도록 지시한다. 이 호르몬은 심장박동과 혈압 및 혈당을 높여 신체가 위험 상황에 대처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준다.

가장 영향력이 있는 내분비선은 뇌하수체다. 뇌하수체는 뇌의 시상하부 바로 아래에 붙어 있고, 시상하부에 의해 통제를 받는다. 뇌하수체에서는 다른 분비선을 자극하는 여러 가지 자극 호르몬을 방출하며, 이 호르몬은 다른 내분비선의 호르몬 방출에 영향을 주게 된다. 따라서 뇌하수체는 내분비선 중에서 지휘관에 해당한다. 그리고 뇌하수체를 지휘하는 것은 시상하부다. 예를 들어, 뇌하수체가 시상하부의 영향을 받아 성선자극 호르몬을 분비하면 성선에서 성호르몬이 방출된다. 그리고 이 호르몬들은 다시 뇌의 활동에 영향을 주며, 그 결과 행동에도 영향을 준다. 신경계가 내분비계에 분비물을 분비하도록 지시하고, 분비물이 신경계에 영향을 주게 된다. 이렇게 전체적인 전기 화학적 오케스트라를 연주하고 조정하는 것이 뇌이기 때문에, 뇌를 연주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제까지 우리는 인간의 사고, 감정 및 행동이 어떻게 뇌를 통해 일어나게 되는지 살펴보았다. 20세기 이후 신경과학 분야는 눈부신 발전을 이루어 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알려진 부분보다 훨씬 더 많다. 우리는 뇌를 기술할 수 있다. 우리는 뇌의 하위 부분들의 기능을 학습할 수 있다. 우리는 그러한 뇌 조직들이 어떻게 의사소통하는지 연구할 수 있다. 그러나 양배추 크기 정도의 뇌에서 발생하는 전기 화학적 신호가 어떻게 첫사랑에 대한 기억, 창의적인 생각, 미래에 대한 계획 등과 같은 것들을 일으킬 수 있는가?

아직도 풀리지 않은 의문이 수없이 남아 있다. 어떻게 물질적인 뇌가 의식을 일으킬 수 있는가? 물질인 뇌가 어느 정도까지 자신(뇌)을 이해할 수 있을까? 뇌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마음, 그것이야말로 현대 과학의 궁극적인 도전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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