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산출
지금까지 언어의 구조와 이해 과정에 대한 논의를 살펴보았다. 말하는 사람의 발화는 듣는 사람에 의해서 이해되는 과정을 거치게 되며, 상대방에게 다시 표현을 생성하게 한다. 이를 산출 과정이라 한다. 두 사람은 이해와 산출의 순환적 과정을 통해서 언어의 의사소통이 가능해진다. 대화를 하는 두 사람의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은 서로가 생각하는 의도와 의미를 전달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글 산출은 이해된 언어 표상이나 발화의 목표에 따라 기억의 내용을 언어로 표현하는 매우 복잡한 사고 과정이다. 헤이스와 플라워(Hayes & Flower, 1980)는 산출 과정을 기술하는 이론을 제안하였다. 이 이론에 따르면 글 산출은 계획 과정(planning), 변환 과정(translating) 그리고 개관 과정(reviewing)으로 구성된다. 각 단계의 특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계획 과정: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다. 계획을 수립하는 데는 다양한 지식이 포함된다. 지식을 응집하여 글의 구조와 계획을 구성한다. 일반적으로 아동이나 초보자는 지식을 나열하는 전략을 사용하지만, 전문가는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게 쓸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추가한다. 좋은 글은 일차적으로 풍부한 지식이 필요하지만 이보다는 목표를 위계적으로 구성하고, 목표를 세분화하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 변환 과정: 이 과정이 글쓰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된다. 변환하기에는 의미 만들기와 의미 표현하기의 과정이 포함되며, 기억의 내용을 구체적 문장으로 표현하는 과정이다. 글의 의미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고를 융통성 있게 수행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는 유추가 유용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전문가와 초심자는 이 과정의 차이가 크다. 전문가는 한 문장이 평균 11.2 단어지만 초보자는 7.3 단어에 불과하다.
• 개관 과정: 이 단계는 문장으로 표현된 글을 교정하는 과정이다. 개관하기의 목표는 자신의 글이 얼마나 잘 되었는지, 문제는 없는지 등을 살펴보는 것이다. 전문가는 교정 비율이 34% 이지만 초보자는 12%에 불과하며 글의 문제점을 찾아내는 비율도 전문가는 74%, 초보자는 42% 정도에 불과하다. 그리고 교정에서 전문가는 글 전체의 논의 명료성이나 구조에 초점을 두지만, 초보자는 개별 단어나 구 수준에서 교정한다.
의사소통
언어의 구조, 언어의 이해와 산출의 과정에 대한 논의만으로는 언어를 모두 알았다고 하기에는 아직도 미흡한 부분이 있다. 언어의 의사소통은 언어가 지니는 가장 중요한 목적이며 수단이 된다. 언어는 행위이며 언어를 사용하는 행위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제약이 있다. 그래서 언어의 사용은 개인적 행위를 넘어서는 사회적 행위라는 주장도 제기되는데, 언어의 사용과 관련된 규칙을 화용론(pragmatics)이라 한다. 이 화용론은 언어를 사용하는 과정과 언어가 사용되는 상황 등이 언어의 의미와 표상에 작용하는 규칙이다.
그리스(Grice, 1975)는 화용적 규칙에 근거하여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 청자와 화자 간의 협동 원리(cooperative principle)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이 원리는 네 가지 규칙에 의해서 구현되는데, 양(quantity), 질(quality), 관계(relation), 예절(manners)이 그것이다.
· 양의 규칙: 화자가 청자에게 필요한 만큼의 정보를 제공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필요한 정보의 양은 대화의 맥락이나 상호 간의 지식 공유에 의존한다. 예를 들어, '나는 죽었다.'라는 문장을 들었을 때 이 문장만으로는 의미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만약 두 사람이 게임을 하는 상황이라는 정보가 있다면 이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 질의 규칙: 화자가 청자에게 진실한 정보만을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화자가 발화하는 정보는 사실적인 정보만을 담고 있어야 한다. 만약 사실이 아닌 거짓 정보를 청자에게 제공한다면 협동 원리를 위배하게 되며 원활한 의사소통을 방해하게 된다.
• 관계의 규칙: 화자가 청자에게 현재 진행 중인 대화에 적절한 정보만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락 게임의 상황에서는 모든 담화가 게임과 관련된 정보만을 교환해야 한다. 만약 이 상황에서 "우리 집 강아지가 집을 나갔다."라고 발화한다면, "무슨 말이야?"라는 반응을 할 것이며, 그다음의 대화는 지속되기 어렵다.
• 예절의 규칙: 화자가 청자에게 명확하게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호한 정보를 말해서는 안 되며, 발화의 내용에 사용되는 언어의 표현을 명확하게 사용해야 한다.
과연 우리는 대화 장면에서 네 가지 원칙을 의식적으로 생각하는가? 이들 원칙은 우리가 의사소통을 하는 과정에서 자동적이고 자연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원칙들이다. 그리고 그리스의 협동 원리는 언어가 지니는 언어 자체의 특성이기보다는 언어의 사용 맥락에서 적용되는 실용적 혹은 화용적 규칙인 것이다. 언어의 의사소통은 언어가 지니는 구조, 즉 문법 지식, 언어가 지칭하는 의미 지식, 그리고 언어가 사용되는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화용적 맥락이 적절하게 통합적으로 적용되었을 때 성공적이며 응집적인 이해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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