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신경증 환자, 그리고 프로이트와의 단절
카렌 호나이는 1885년 9월 16일, 독일의 ‘블랑케네제’라는 어촌에서 태어났다. 선장이었던 호나이의 아버지는 엄격하고 매우 종교적인 사람이었으며 종종 호나이를 무시했다.
9세 때 카렌은 자기 친오빠에게 반했다. 오빠가 자신의 감정을 몰라주자, 카렌은 우울증에 빠졌으며 그 후로 평생 우울증과 싸워야 했다. 카렌은 자기 자신을 매력 없는 소녀로 보았으며 학교에서 공부를 잘하는 것만이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었다.
1906년, 카렌은 프라이부르크 의대에 입학했다. 3년 뒤 카렌은 ‘오스카 호나이’라는 이름의 법 대상과 결혼했다. 그리고 1910년부터 1916년까지 세 아이를 낳았다. 카렌은 최종적으로 1913년에 베를린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먼저 괴팅겐 대학으로 옮겼다. 1년 사이에 카렌의 부모가 연이어 죽고 그녀의 첫 아이가 태어났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프로이트의 제자인 정신분석가 칼 아브라함을 찾기 시작했다. 아브라함은 베를린 정신 분석 학회에서 카렌의 멘토가 되어 주었다.
1920년, 카렌은 베를린 정신 분석 학회를 위해 강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1923년에 카렌의 오빠가 세상을 떠났고 오빠의 죽음이 카렌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그녀는 또다시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 1926년에 남편과 헤어졌다. 이어 1930년에 그녀와 세 딸은 미국으로 거주지를 옮겼으며, 뉴욕 브루클린의 독일 유대인 지역에서 거주했다. 카렌은 그곳에서 ‘에리히 프롬’과 ‘해리 스택 설리번’ 같은 저명한 심리학자들과 친구가 되었다.
카렌은 곧 시카고 정신분석 연구소의 부책임자가 되었으며, 거기서 자신의 가장 유명한 연구를 시작했다. 신경증과 성격에 관한 이론들을 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2년 뒤, 카렌은 뉴욕으로 돌아와 뉴욕 정신분석 연구소와 ‘뉴스쿨 포 소셜 리서치’에서 일했다. 카렌은 독일에 살던 때부터 이미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이론에 반론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그녀가 미국에 건너왔을 때, 프로이트의 이론에 대한 그녀의 반감은 아주 커졌다. 그래서 그녀는 1941년에 뉴욕 정신분석 연구소를 그만두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어 같은 해 그녀는 미국 정신분석 연구소를 설립했다. 카렌은 1937년에 <우리 시대의 신경증 성격>, 1942년에 <자기 분석>을 발표했다.
카렌 호나이는 신경증 주제의 연구,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그릇된 여성관에 대한 반대와 그로 인한 프로이트와의 결별, 여성 심리에 대한 관심을 촉발한 일 등으로 유명하다. 그녀는 사람은 자기 자신의 치료사가 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굳게 믿었으며 자기 수양과 자기 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카렌 호나이는 1952년 12월 4일, 67세의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여성 심리학
카렌 호나이는 지그문트 프로이트 밑에서 배운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프로이트 이론에 소름이 돋을 만큼 정통했다. 심지어 그녀는 베를린 정신분석 연구소와 뉴욕 정신분석 연구소에서 정신분석을 가르치기까지 했다. 뉴욕 정신분석 연구소를 그만두게 된 것은 프로이트의 이론에 대한 그녀의 반대 때문이었다.
카렌은 프로이트의 남근 선망 이론에 동의하지 않으며 그 이론에 대해 ‘정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저급하기까지 하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그녀는 이 단계에서 ‘자궁 선망' 비슷한 것이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여자가 아기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남자가 부러움을 느끼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 결과 남자는 다른 길로 성공하려고 노력함으로써 열등감을 보상하려 한다. 달리 말하면, 남자가 아이를 낳을 수 없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다른 방법으로 세상에 흔적을 남기려 노력한다는 것이다.
또 여자와 남자가 성격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한 프로이트의 이론이 틀렸다고 주장했다. 프로이트는 생물학적 접근을 취했지만, 카렌은 여성들에게 자주 강요되는 문화적, 사회적 제약이 없어진다면 여자와 남자는 동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에는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카렌의 사후에 성평등의 실현을 촉진하는 쪽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카렌 호나이의 신경증 이론
카렌 호나이의 신경증 이론은 신경증을 주제로 한 이론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그녀는 대인관계가 기본적으로 불안을 일으키고, 대인관계를 다루는 한 방법으로 신경증이 일어난다고 믿었다. 카렌은 신경증적 욕구를 세 개의 범주로 나누었다. 만약 어떤 개인이 적응을 제대로 잘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이 세 가지 범주의 전략들을 적용하게 될 것이다. 사람이 신경증을 일으키게 되는 경우는 이 범주 중 한 가지 이상이 과도하게 쓰일 때뿐이다. 그 범주는 다음과 같다.
개인이 다른 사람들에게 다가서게 하는 욕구들
어떤 개인이 자신이 중요한 존재라는 느낌을 받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의 인정이나 도움 혹은 지지를 추구하게 만드는 신경증적 욕구들이다. 이 유형의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제대로 평가받고 호감을 살 필요가 있으며 경우에 따라 거머리같이 달라붙거나 궁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개인이 다른 사람들에게 반대하도록 만드는 욕구들
자기 자신에 대해 좋은 기분을 느끼기 위해서, 사람들은 자신의 권력을 다른 사람들에게 행사하거나 주변 사람들을 통제하려 듦으로써 자신의 불안을 해소할 것이다. 이런 욕구들을 표현하는 사람들은 불친절하고, 이기적이고, 두목 행세를 하려 들고 지배하려 드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 카렌은 사람들이 '외재화'라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적의를 다른 사람들에게로 투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 개인은 그것으로 자신의 잔인한 행동을 정당화할 것이다.
개인이 다른 사람들을 멀리하도록 만드는 욕구들
이 신경증적 욕구들은 반사회적인 행동을 낳는다. 그러면 그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무관심한 것처럼 보일 것이다. 이 같은 접근 방식의 배경에는 다른 사람들과 아예 관계를 맺지 않으면 마음을 다칠 일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식의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 이는 공허감과 외로움을 줄 수 있다.
그런 다음에 카렌은 이 범주 안에 들어가는 10개의 신경증 욕구를 확인해냈다.
* 다른 사람들에게 다가서게 하는 욕구들
1. 호의와 인정에 대한 욕구: 이는 다른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호감을 사고 싶어 하는 욕망이다. 이 욕구를 경험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적의나 화를 두려워하고 비판에 매우 민감하다.
2.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파트너에 대한 욕구: 이 욕구는 ‘버림받지 않을까’하는 공포를 수반한다. 또 파트너를 두면 인생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도 수반된다.
* 다른 사람들에게 반대하려는 욕구
1. 권력을 가지려는 욕구: 이 욕구를 가진 개인은 타인들을 통제하고 지배하려 든다. 왜냐하면 그들이 약한 것을 혐오하는 한편으로 강력한 힘을 숭배하고 그것을 확보하려 필사적으로 매달리기 때문이다.
2. 다른 사람들을 착취하려는 욕구: 이 욕구를 가진 사람들은 조작에 능하며,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은 이용당하기 위해서라는 식으로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과의 연결은 오직 통제나 성관계, 돈 같은 것을 얻는 데에만 이용된다.
3. 명성에 대한 욕구: 갈채와 대중의 인정을 필요로 하는 개인들이다. 사회적 지위와 물질적 소유, 직업적 성취, 성격적 특성, 심지어 사랑하는 사람조차도 명성을 바탕으로 판단된다. 공중 앞에서의 낭패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다.
4. 개인적 성취에 대한 욕구: 뭔가를 성취하기 위해 자신을 밀어붙이는 것은 지극히 정상이다. 그러나 신경증적 개인들은 성취에 목을 매게 되며 불안 때문에 그런 자신을 몰아붙인다. 거기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다른 사람들보다 늘 더 많은 것을 성취하고 싶은 욕구가 작용하고 있다.
5. 개인적 칭찬에 대한 욕구: 나르시시즘에 빠져서 자신의 실제 모습이 아니라 이상적인 모습으로 비치기를 원하는 유형이다.
* 타인들을 멀리하려는 욕구
1. 완벽 욕구: 이 욕구를 가진 개인은 개인적 결함을 두려워하며 재빨리 숨기거나 바꾸기 위해 그 같은 결함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설 것이다.
2. 독립 욕구: 이런 욕구를 보이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멀리한다. 이것이 '외톨이' 심리 상태를 일으킨다.
3. 삶의 한계를 정하고 싶은 욕구: 이 욕구를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기를 바란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 기술과 재능을 낮게 평가하고,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고, 물질적 대상을 바라지 않고, 아주 적은 것으로도 만족하고,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부차적인 것으로 본다.
카렌 호나이는 심리학계에 굉장하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신경증을 대인관계를 다루는 하나의 방법으로 본 그녀의 견해와 신경증적 욕구를 찾아낸 연구는 진정 기념비적인 업적이다. 또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제시한 남성 지배적인 이론을 완벽히 반박함으로써, 카렌은 여성과 여성 심리학의 옹호자로 우뚝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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