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머레이는 1893년 5월 13일, 뉴욕의 어느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1915년, 머레이는 역사 전공으로 하버드 대학을 졸업했다. 이어 그는 컬럼비아 대학 의과 대학원을 다녔으며, 생물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머레이가 심리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컬럼비아 대학에 다닐 때였다.
머레이는 칼 융의 연구에 매료되었으며 1925년, 취리히에서 융을 만나기도 했다. 머레이는 두 사람이 몇 시간 동안 대화를 하고 같이 배도 타고, 담배도 피운 것으로 회고했다. 이 만남이 머레이로 하여금 무의식을 경험하도록 했다고 한다. 머레이가 심리학 분야에서 경력을 추구하기로 공식적으로 결정하게 한 계기가 바로 융과의 만남이었다.
헨리 머레이는 곧 하버드 심리 치료소의 설립자인 모턴 프린스의 요청으로 이 치료소의 강사가 되었다. 1937년에 머레이는 이 치료소의 책임자로 임명되었다. 폭넓은 의학적 배경과 분석적 훈련 덕에 머레이는 성격과 무의식에 초점을 맞춘 제 일을 독특하게 비틀 수 있었다.
헨리 머레이는 1938년에 전쟁 수행을 돕기 위해 하버드 대학을 떠났으며 심지어 아돌프 히틀러의 심리 프로파일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까지 받았다. 그 해에 머레이는 오늘날 유명한 ‘주제 통각 검사’를 만들었다. 이것은 무의식적 동기와 성격을 결정하는 검사이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에, 머레이는 미국 정보기관 정보원들의 심리적 적합성을 평가하는 전략 사무국을 만들어 이끌었다.
머레이는 1947년에 하버드 대학으로 돌아가 1949년에 심리 진료 별관을 세우는 일을 도왔다. 머레이는 1962년에 하버드 대학의 명예교수로 임명되었다. 1988년 6월 23일, 헨리 머레이는 폐렴에 걸려 95세로 세상을 떠났다.
머레이의 심인성 욕구 이론
헨리 머레이는 1938년, ‘심인성 욕구 이론’을 제안했다. 이 이론은 성격을 대부분 무의식에서 발견되는 기본적 욕구의 결과로 묘사하고 있다. 두 가지 기본적인 유형의 욕구는 다음과 같다.
1. 일차적 욕구: 음식과 물, 산소 같은 생리적 욕구를 말한다.
2. 이차적 욕구: 성취하거나 양육받거나 독립하고 싶은 욕구 등을 포함한 심리적 욕구를 말한다.
더 나아가, 머레이와 그의 동료는 모든 사람이 갖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욕구 27가지를 제시했다.
• 굴욕: 처벌받고 항복하고 싶어 하는 욕구
• 성취: 성공하고 장애를 극복하고 싶어 하는 욕구
• 획득: 사물을 손에 넣고 싶어 하는 욕구
• 제휴: 친구를 사귀고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욕구
• 공격: 다른 사람을 해치고 싶어 하는 욕구
• 자율: 강한 존재가 되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 저항하고 싶은 욕구
• 책망 회피: 규칙을 따르고 책망을 피하고 싶은 욕구
• 건설: 창조하고 건설하고 싶어 하는 욕구
• 불일치: 독특하고 싶은 욕구
• 반작용: 자신의 명예를 지키고 싶은 욕구
• 방어: 자기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욕구
• 복종: 상급자를 위하고 따르려는 욕구
• 지배 또는 권력: 다른 사람을 이끌고 지배하려는 욕구
• 과시: 주의를 끌고 싶어 하는 욕구
• 노출: 교육하고 정보를 주고 싶어 하는 욕구
• 불편 회피: 고통을 피하려는 욕구
• 굴욕 회피: 약점을 숨기고 수치나 실패를 피하려는 욕구
• 양육: 의지할 곳 없는 사람들을 보호하려는 욕구
• 질서: 조직하고 정렬하고 깔끔하게 정리하려는 욕구
• 놀이: 재미있고, 편안하고, 긴장이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는 욕구
• 인정: 자신의 성취를 드러내 보임으로써 사회적 지위와 인정을 얻고 싶어 하는 욕구
• 거부: 타인들을 거부하고 싶은 욕구
• 감각성: 감각적 경험을 즐기려는 욕구
• 성관계: 성적 관계를 맺고 즐기고 싶어 하는 욕구
• 공감: 다른 사람들과 공감하려는 욕구
• 의존: 동정이나 보호받고 싶어 하는 욕구
• 이해: 질문을 던지고, 지식을 추구하고, 분석하고 경험하려는 욕구
머레이는 각각의 욕구도 중요하지만 그 욕구가 서로 연결되어 있거나, 다른 욕구를 뒷받침하거나 다른 욕구들과 갈등을 빚을 수 있다고 믿었다. 머레이에 따르면, 이 욕구들이 우리 행동에 나타나는 방식은 부분적으로 환경적 요인들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 환경적 요인들을 머레이는 ‘압박’이라고 불렀다.
주제 통각 검사
머레이의 주제 통각 검사는 환자에게 모호하면서도 도발적인 그림들을 보여주고 그 그림에 나타나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풀게 함으로써, 환자의 무의식을 들여다보고, 사고의 유형을 찾아내고, 성격과 감정적 반응을 밝혀내려고 시도한다. 이 검사의 기본적인 방식은 다음과 같다.
1. 참가자가 그림을 몇 초 동안 보도록 한다.
2. 그 그림을 바탕으로 참가자가 이야기하도록 한다. 이때 다음과 같은 질문은 던지면 된다.
• 이 그림의 어떤 부분이 그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가?
• 지금 이 순간, 이 그림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 이 그림 속의 사람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고 있는가?
• 이 이야기의 결과는 무엇인가?
실제 검사에서는 남자와 여자, 어린이, 남녀 구분이 뚜렷하지 않은 형상, 인간 이외의 형상과 백지를 포함해 총 31장의 그림이 제시된다.
참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녹음해 분석하면서 태도와 욕구, 반응 양식을 찾아낸다. 널리 쓰이는 두 가지 채점 방법은 거부와 투사, 동일시 등을 평가하는 방어기제 매뉴얼과 환경 속에서 다양한 차원의 심리를 분석하는 '사회적 인지 및 대상관계 척도'가 있다.
히틀러에 대한 머레이의 분석
머레이는 1943년에 연합군 측으로부터 아돌프 히틀러의 심리 구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머레이는 히틀러의 성격 유형에 대해 쉽게 의심을 품고, 상대를 얕보고 탓하고 괴롭히며, 비판을 참지 못하고, 농담을 즐기지 않고, 감사를 표현하지 않고, 복수를 꾀하고, 타인의 주의를 갈망하는 성격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머레이는 또한 히틀러가 균형 잡힌 성격을 갖추지 못했으며 자기 신뢰와 자기 의지가 극도로 강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머레이는 독일이 전쟁에서 패하는 상황이 전개된다면 히틀러는 매우 극적인 방법으로 자살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으며, 또 그렇게 될 경우에 히틀러가 순교자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심인성 욕구와 성격의 이해에 관한 헨리 머레이의 연구는 매우 중요하다. 그 이유는 그가 무의식뿐만 아니라 생물학적 요인까지 강조했기 때문이다. 그의 주제 통각 검사는 오늘날까지도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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